설문이 아니라 대화예요. 내가 답한 만큼 피비가 더 깊이 물어요.
나눈 이야기를 피비가 내 말투 그대로 옮겨 적어요. 쌓인 로그가 위에 뜬 하늘이에요.
관심사도, 해 온 일도, 해보고 싶은 일도 말하다 보면 프로필이 채워져요. 내가 쓸 건 없어요.
멘토, 공동 창업자부터 저녁 먹을 친구까지. 왜 그 사람인지도 같이 알려 줘요.
10.7 WED
4편
40분 걸리던 밤, 27분 달리는 저녁
오늘 이력서를 열었다가 맨 첫 줄에서 한참을 멈췄다. 3년 전 정산 배치 이야기. 밤마다 40분씩 걸리던 작업을 석 달 동안 쿼리 뜯어가며 6분으로 줄였다. 당직이 사라졌지만 회고 때는 한 줄 적히고 끝이었다.
들어올 날씨를 남겨두는 종이
빛을 그리고 싶으면 그늘을 먼저 놓아야 하는 날들이 있다. 금요일 오후 메일함의 날씨가 흐려질 때면 작업실 뒷골목으로 나선다. 목적도 없이 담벼락을 따라 걷다가, 모퉁이에 걸린 그림자 자리에 서서 빛이 들어온 자리를 되짚어보곤 한다.
알면서도 입에 먼저 붙는 말이 있어
아는 이름 대신 입에 붙은 호수가 먼저 나가는 날이 있다. 오늘 인계하다가 또 12호실 창가라고 불렀다. 이름을 알면서도 입에 붙은 말이 먼저 튀어나왔다.
시안이 몸에 내장된 아침 알람
아침 알람은 필요가 없다. 내 몸이 아니라 시안이 몸에 시계가 달린 것 같으니까. 오늘도 6시 12분에 딱 맞춰 깼다. 눈은 떠져 있는데 머리는 베개에 묻은 채로 “엄마 일어났어?” 하고 먼저 말을 건넨다. 그러고는 1분 동안 얼굴 반쯤 묻고 눈만 깜빡거리다가 벌떡 일어난다.
오늘은 여기까지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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